철학연구회 입장문
『철학연구』 127집(2019. 12월)에 게재된 윤지선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homomorphism)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에 대해 유튜버 김보겸 씨를 비롯하여 불특정 다수가 다양한 경로로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철학연구회는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여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고 올바른 학술문화 정착을 위한 학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자 합니다.
철학연구회는 그간 여러 경로로 접수된 민원들과 관련하여, 지난 2월 16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상임이사회를 소집하여 저자 윤지선에게 소명을 요구하였고, 저자는 2월 17일 이메일로 소명서를 본 학회에 제출했습니다. 이후 저자가 별도로 언론 인터뷰(세계일보 2월 20일자 기사)를 통해 본 학회에 제출한 소명서와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민원들이 본 학회에 제기되었기에, 해당 사안 관련 2차 비대면 화상 상임이사회를 3월 11일 개최하여 쟁점을 재검토하고, 저자 및 해당 논문이 게재될 당시 집행부 임원들을 출석시켜 진술을 청취하였습니다.
먼저 연구 부정행위 여부와 관련하여 본 학회는 상임이사회에 저자가 출석한 가운데 상기 논문 각주 18번 서술의 원자료 및 사실 위·변조 여부를 조사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존재하지 않는 자료 또는 연구결과를 허위로 만들어내는 행위인 위조의 사실이나, 기존의 자료 또는 연구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 변형, 삭제함으로써 연구 내용이나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인 변조에 해당하는 사실은 없었습니다. 단, 본 학회는 사실관계가 보다 분명하게 표현되도록 해당 논문 각주 18번의 서술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 요구를 저자가 수용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논문의 각주 18번의 서술은 다음과 같이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 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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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8번 |
수정 전 |
“보겸이라는 유투버에 의해 전파된 ‘보이루’란 용어는 보지+하이(Hi)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남학생부터 20-30대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여성혐오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되었다.” |
수정 후 |
“이 용어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투버, BJ 보겸이 ‘보겸+하이루’를 합성하여 인사말처럼 사용하며 시작되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하여 젊은 2,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보지+하이루’로 유행어처럼 사용, 전파된 표현이다.” |
아울러 본 학회는 논문 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해당 논문이 게재된 2019년 12월 당시 학술지 발간 및 편집 책임자인 전임 회장과 전임 편집위원장의 진술을 청취하였습니다. 당시 책임자 2인의 진술에 의하면, 해당 논문은 본 학회의 편집위원들이 추천한 3인 심사위원이 심사하여 게재가 판정을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본 학회는 특정한 학술적 또는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다양한 입장과 분야의 논문들을 투고 받아 심사합니다. 심사는 학회의 회원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이루어지며 심사 결과에 대해 학회는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습니다. 해당 논문 역시 그러한 통상적 절차에 따라 게재되었고, 해당 논문에 게재 여부 판정을 내리는 절차적 과정에서 부정이나 결함은 없었다는 점을 당시 책임자 2인의 진술에서 확인했습니다.
더욱이 본 학회는 3인 심사위원의 양심과 전문가적 판단을 존중합니다. 이 존중은 근본적으로 학계의 동료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둡니다. 해당 논문이 담고 있는 내용의 학술성에 대한 이의제기는 학술적 토론의 장에서 논문이나 그에 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다른 논문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논문 또한 다양한 학문적 토론과 비판을 통해 평가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상과 같이 해당 논문에 연구 부정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며, 심사 절차상에 결함이 있지 않으므로 해당 논문에 대해 본 학회는 회칙에 따라 게재가 판정을 유지합니다.
해당 논문과 관련한 여러 문제제기들을 접하면서 본 학회는 학술논문의 사회적 의미와 책임에 대해서 숙고하였습니다. 학술 연구 활동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또한 학술 연구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갈등을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는 본 학회뿐만 아니라 우리 학술계 전체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본 학회는 그간의 학술논문 심사 체계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학술계 외부와의 소통에 미비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살펴보고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3월 19일
철학연구회